한국의 굿즈 문화는 왜 이렇게 다양해졌을까
"이걸 정말 사용하는 거야, 아니면 보관하는 거야?"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 지인이 포토카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물었던 적이 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것은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고, 어떤 것은 앨범에 보관하며, 또 마음에 드는 것은 책상 위에 세워 둔다고 했다.
작은 카드 한 장도 누군가에게는 수집품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대상을 표현하는 물건이 된다.
한국에서 '굿즈'라는 말은 이제 꽤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K-팝 아티스트 상품뿐 아니라 캐릭터, 영화, 전시, 박물관, 지역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까지 굿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평범한 기념품과 오늘날의 굿즈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작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서 출발한다
굿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건보다 사람의 취향을 볼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를 모으는 사람, 방문했던 전시의 엽서를 보관하는 사람, 여행지에서 지역을 상징하는 자석을 하나씩 사는 사람은 얼핏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좋아했던 경험을 작은 물건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연은 몇 시간이 지나면 끝난다. 여행도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그날 구입한 키링이나 엽서는 이후에도 그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라기보다 경험을 물건으로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K-팝이 보여 준 '모으는 재미'
한국의 굿즈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K-팝을 빼놓기는 어렵다.
앨범, 응원봉, 포스터, 포토카드처럼 아티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토카드는 크기가 작아 보관하기 쉽고 종류가 다양해 팬들의 수집 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수집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포토카드를 꾸미거나 전용 보관 파일을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공연장 주변에서 서로 필요한 카드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공연장 근처 카페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두 사람이 테이블 위에 작은 카드들을 펼쳐 놓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서로 몇 장을 교환했다. 처음 만난 사이처럼 보였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는 공통 관심사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작은 종이 카드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 셈이다.
요즘은 박물관에서도 굿즈를 눈여겨본다
굿즈의 범위는 대중문화 밖으로도 넓어졌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서 기념품 매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전시 작품이나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구류, 생활용품 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은 전통문화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한다.
전시장에서 본 문양이 책갈피가 되고, 오래된 유물이 작은 디자인 소품의 소재가 되는 식이다.
예전에 박물관에서 전시를 모두 본 뒤 기념품 매장에 들렀다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전시실에서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전통 문양이 노트와 엽서에 적용되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국 작은 책갈피 하나를 골랐는데, 집에서 책을 펼칠 때마다 그날 보았던 전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문화유산과 현대의 일상이 연결되는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서울에서 산 물건과 제주에서 산 물건이 달라졌다
지역 관광에서도 굿즈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의 관광 기념품이 지역 이름이나 유명 관광지 사진을 넣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지역의 특징을 보다 세련되게 해석한 상품을 볼 수 있다.
바다와 오름, 지역 음식, 사투리, 건축물처럼 그곳을 떠올릴 수 있는 소재가 엽서와 문구, 가방이나 생활용품의 디자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물건보다 그 지역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지역의 작은 창작자에게도 자신의 디자인을 여행객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점에서 로컬 굿즈는 관광과 디자인, 지역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실용적인 굿즈가 많아졌을까
최근 굿즈를 살펴보면 전시용 제품만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텀블러, 파우치, 에코백, 볼펜, 컵, 우산처럼 평소 사용하는 물건에 캐릭터나 작품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좋아하는 대상을 일상 가까이에 두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잘 맞는다.
반면 굿즈가 많아질수록 고민할 부분도 생긴다. 한정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거나 포장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물건을 무조건 많이 모으기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굿즈 문화 역시 소비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굿즈를 보면 그 시대의 취향도 보인다
흥미롭게도 굿즈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시기에는 스티커와 다이어리 제품이 눈에 띄고, 또 다른 시기에는 키링이나 작은 인형이 유행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하는 액세서리도 새로운 굿즈의 형태가 되었다.
결국 굿즈는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취향을 표현하는지를 보여 주는 작은 기록이기도 하다.
K-Culture가 음악과 드라마처럼 화면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아하는 음악에서 시작된 관심이 포토카드로 이어지고, 드라마에서 본 캐릭터가 키링이 되며, 박물관에서 만난 전통문양이 책상 위 문구가 된다.
문화가 일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을 고를까
여행 중 굿즈 매장을 방문한다면 무조건 많이 사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여행지에서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먼저 보는 편이다. 책갈피나 엽서처럼 부피가 작으면서 그 장소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에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누군가는 한정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디자인이나 실용성을 먼저 볼 것이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선택 자체가 굿즈 문화의 재미다.
같은 매장을 방문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물건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작은 물건이 문화의 기억이 될 때
굿즈 문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물건의 크기나 가격 때문이 아니다.
한 장의 포토카드에는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기억이 있고, 여행지에서 산 엽서에는 그날 걸었던 골목이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 구입한 책갈피 하나도 전통문화와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굿즈 문화는 이렇게 팬 문화, 디자인, 여행, 전통문화와 일상의 취향이 만나는 지점에서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어쩌면 굿즈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가?"보다 "왜 이 물건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굿즈를 살 때 알아두면 좋은 점
팝업스토어나 공연장에서 판매되는 일부 상품은 판매 기간이나 수량이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한정'이라는 표현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다.
여행 기념품이라면 크기와 휴대성, 실제 사용 여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 하나를 고르는 편이 여행의 기억을 오래 남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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